제 가족에게도 따뜻한 사랑이 채워지기를……

저에게 있어 충무로는 어렸을 때부터 아픈 추억과 슬픔이 서린 곳입니다.
그런 제가 작년 3월에 성중독 치료차 참담한 심정으로 충무로에 올 때는 옛날 일들이 회상되며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윤회설의 축소판이 아닌가? 참으로 모질고 기구하구나.”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었습니다.

저의 중독과 관련한 과거는, 신혼 초에 배우자에게 성병을 옮겼고 이후 술과 함께 상습적으로 성중독 행위를 하였고, 7~8회 정도는 아내에게 현장 발각 내지는 100% 심증을 가게 하는 사건들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저는 중독행위를 위해 가정을 꾸렸고 또 방패막이로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은 법원의 조정을 계기로 모든 것을 인정하고 단주와 성중독회복모임(SAA)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충무로에 발을 디디게 된 것입니다.

전 충무로에 오기 전에 5개월 정도 알콜중독 회복자 모임(A.A모임)에 참여 중이었으며 성중독 회복을 병행하라는 A.A측의 권유를 받아들여 성중독 상담을 받고자 몇 군데 헤매고 다니던 중이었습니다.
생명의 전화, 종교 단체, 법원관련 상담센터, 또 다른 두 군데 등인데 상담 내용상 저의 과거 성중독 상황을 이해하고 회복의지를 지지한다는 정도였을 뿐이지 상담자 분들이 성중독의 실상을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성에 관련되어서 제 아내의 쉼 없는 감시와 의심으로 인해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그로 인해 그나마 잘 진행되는 A.A까지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조급함에 좀 더 적극적인 성중독 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 검색으로 충무로 성중독자 모임(SAA)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회 정도 이메일로 교신하면서 SAA에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A.A 단주모임에서처럼 술중독자들의 모임이 참여자들 간에 교감과 공감이 크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내도 쉽게 동의해 주었고 2011.3.6 처음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올 때는 아내의 감시 겸 인도하에 이끌려 왔지만 이후부터는 아내도 적극 지지해 주었습니다.

자조모임이긴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소장님께서 열정적으로 진행해 주셨고 그런 가운데 참여자들 일부는 졸기도 하고 또 중독에 넘어지기도 하고 또 울면서 고백하기도 하고 또 그런 동료와 공감하면서 격려해 주기도 하면서 성중독의 실체나 회복의 의미를 알게 되고 자신들의 중독의 근원과 가족의 의미를 탐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임에 5~6개월 정도 참석하는 도중 어느 날, 아내가 제게 물었습니다.
“충무로 잘 돼가?”(딴 짓 안하고 회복되어 가느냐?) 하기도 하고, 갑자기 “요즘은 생각 안나? 요즘에 어디 가는 데 있어?” (안 한 지 꽤 됐잖아. 다른 업소나 다른 여성한테 딴 짓하는 거 아냐?) 하면서 자신과의 부부관계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 후 2~3주 후에 어느 정도 시일이 경과 됐을 때 제가 아내에게 부부관계를 요청할 때는, “제 정신이야?” (그렇게 한 인생을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쫒아 다닌 주제에 그 몸으로 감히 배우자에게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요청해?) 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차라리 제가 정신병자였으면 모든 것을 면피할 수 있지만, 그러나 현실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제 쾌락을 따라갔을 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내는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을 것인지를 제가 모를 만큼 압니다. 아내가 저를 짓이길 때는 참담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저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대형폭탄 수준의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SAA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기도 하지만 어쩌면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SAA 모임에 참여 횟수가 늘어나는 동안 저에게는 조금씩 변화가 왔습니다. SAA 모임에 참여하면 한 주간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도 있었습니다. 같은 참석자들의 얘기를 들을 때는 내 일처럼 가슴이 메어지기도 하고, 명상의 시간에는 짧기는 하지만 순수하고 조용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SAA 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 어렸을 때의 성인아이를 자주 봅니다. 그 아이는 아무 말이 없지만 자기를 사랑하고 보호해줄 누군가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 자리에서 멈춰서 두려움에 떨며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울지 않을 때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포근하게 잠들 때까지 보살펴 주어야만 합니다.
만신창이 아내도 제가 보듬어줘야 합니다. 많은 난관에 직면해야 하겠지만, 그 아픔도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하느님께 의지하기도 하고 큰딸과 같이 애니어그램이란 데도 참여하기도 하면서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아내에게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온전히 제 것인데도 아내가 가지고 있는 그 아픔을 저는 그녀로부터 회수해야 합니다.

SAA 모임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 중 가장 기쁜 것은, 제가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눈물을 많이 흘리면 남을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지혜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아내와 가족들의 아픔을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채워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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